고종석의 문장
내용은 그저 그렇다. <<국어실력이 밥먹여 준다>>나 이오덕 책과 비교했을 때 지식 가치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고종석 스타일 답게 적당이 평이하고 적당히 재미있게 그럭저럭 읽을 만한 책이다. 그런데 출판사가 양심에 문제가 있어 뵌다. 분량 뻥튀기가 매우 심하다. 250쪽으로 만들 수 있는 책을 400페이지가 넘게 덤벙덤벙 만들고, 종이는 불필요하게 무겁고 두꺼운 종이를 써서 내용이 엄청 많은 것처럼 눈속임을 한 다음 가격을 17500원을 붙여버렸다. 원고의 실제 분량이나 주제의 무게로 보아 과한 가격이다. 일단 행수가 22행인데, 판형으로 보아 24행으로 해도 무방하다. 각 장이 시작하는 장 제목을 무려 두 페이지 반에서 세 페이지 반을 빈 공간을 주고 있는데, 한 페이지면 충분할 것이다. 거기에다 한두 페이지마다 '실전'이라는 절 제목을 붙이는데 이게 또 절반 가까이 빈 공간을 잡아 먹는다. 한 절이 한 페이지면 되는데, 앞에 빈 공간을 두었기 때문에 분량이 넘쳐서 꼭 다음 페이로 넘어가서 겨우 두세 줄 채운 다음 그 밑으로 다 빈 공간이다. 그리고 다음 절은 그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서 시작하는데, 이 절도 앞 절과 마찬가지로 실컷 공간을 낭비하고 있다. 수강생 질문 부분도 좌측 절반을 빈 공간으로 들여쓰기를 하고 있다. 결국 책의 절반이 빈 공간이다. 이 빈 공간에 해당하는 종이값을 책값에 은근슬쩍 끼워넣고 독자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겠다는 심뽀다. 국산과자 포장을 뜯으면 빈 공간이 절반이 넘는 것과 동일한 짓거리를 출판사가 하고 있다. 고종석 씨 책이면 수익성을 걱정할 책이 아닐텐데, 마치 무슨 아방가르드 디자인 책처럼 해놓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 책의 본문을 이오덕의 <<우리말 바로 쓰기>>의 본문과 비교해보면 불과 4-5년 사이에 출판사들의 과잉포장이 얼마나 심해졌는지 금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