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카뮈 개정판

삶의 목적은 삶 자체인가 - 2

깊은생각 2013. 12. 5. 22:23

"생명체에게는 많은 것이 생명(삶) 그 자체보다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러한 평가를 통해 자신을 주장하는 것이 있으니 권력의지가 그것이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권력의지'가 삶 자체보다 높게 평가된다는 주장은 니체 성향을 가진 이들만의 특이한 편견일 뿐이지만, 많은 것이 삶 자체보다 높게 평가된다는 말 만큼은 사실이다. 예컨대 안중근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기 목숨을 던졌다. 안중근에게 삶의 목적은 삶 자체다, 라는 말은 적용될 수 없다.

 

니체는 스피노자가 말한 코나투스(자기보존)가 권력의지 같은 상위 목적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력의지가 삶보다 상위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삶보다 상위인 목적을 가진 사람이 꽤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그저 살기만을 바라는 범부 같은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겠지만, 이런 태도는 삶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살기만을 바라는 사람의 삶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피터 싱어가 든 사례처럼 어떤 사람이 자서전을 쓰겠다고 하면서 아무 일도 안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는 경우와 유사하다.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의 자서전의 내용과, 그저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인 사람의 인생의 의미는 동일하다. 무의미한 것이다.


삶의 목적이 삶 자체라는 건 삶이 무의미하다는 말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