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영혼불멸과 내세에 대한 시뮬레이션 제약 가설
깊은생각
2012. 3. 23. 05:46
제시 베링의 <<종교 본능>>을 번역하면서 에피쿠로스의 죽음 논증의 다른 측면을 발견했다. 에피쿠로스의 죽음 논증은 우리가 죽음을 체험할 수 없으므로, 즉 살아있는 동안에는 죽음이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은 것이고 죽은 다음에는 그것을 의식할 내가 없는 것이므로 죽음에 대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논증의 목적은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것이었다.
제시 베링은 죽음에 대한 공포관리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제약 가설을 들고 나온다. 공포관리 이론은 우리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경감하기 위해 영혼 불멸과 내세라는 관념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시뮬레이션 제약 가설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제대로 사유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세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죽음을 의식적으로 의식할 수 없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제시 베링과 에피쿠로스의 견해는 일치하는데 결론은 서로 다른 곳으로 간다.
에피쿠로스는 죽은 다음엔 소멸만 있을 뿐인데, 소멸한 우리는 소멸 상태를 의식할 수 없으므로 소멸로서의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제시 베링은 죽음은 소멸이 맞지만 여기에 주목하기 보다는 우리가 소멸 상태를 '잘' 의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인간의 의식은 무(無)를 제대로 시뮬레이션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껏 죽음을 어두움, 암흑, 침묵, 빈 공간에 무한히 머무르는 것 정도로 상상할 수 있을 뿐인데, 무란 이런 비유조차 허용하지 않는 상태, 즉 어둠, 암흑, 침묵, 빈 공간조차 없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인간이 무에 대해 시뮬레이션한 모든 것은 진짜 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라고 애써 떠올리며 상상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 일종의 유라는 것이다. 즉 죽음과 무에 대한 우리 의식의 시뮬레이션에는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제시 베링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제대로 사유할 수 없는 이유를 진화적 생존가치가 없다는 데서 찾고 있다. 진화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죽은 다음에는 살아있을 필요가 없으므로, 죽음에 대한 인식은 진화적으로 별 생존가치가 없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죽음을 시뮬레이션하는 의식을 진화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시뮬레이션 능력의 제약 속에서 우리 마음은 죽은 이후에도 다른 공간에서 영속한다는 어렴풋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이 내세 관념을 만들어 냈다는 것. 그리고 내세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지속되는 마음은 불멸하는 영혼의 관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론: 의식은 의식의 소멸을 의식할 수 없기 때문에 의식의 불멸을 믿을 수밖에 없다.
제시 베링은 죽음에 대한 공포관리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제약 가설을 들고 나온다. 공포관리 이론은 우리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경감하기 위해 영혼 불멸과 내세라는 관념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시뮬레이션 제약 가설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제대로 사유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세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죽음을 의식적으로 의식할 수 없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제시 베링과 에피쿠로스의 견해는 일치하는데 결론은 서로 다른 곳으로 간다.
에피쿠로스는 죽은 다음엔 소멸만 있을 뿐인데, 소멸한 우리는 소멸 상태를 의식할 수 없으므로 소멸로서의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제시 베링은 죽음은 소멸이 맞지만 여기에 주목하기 보다는 우리가 소멸 상태를 '잘' 의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인간의 의식은 무(無)를 제대로 시뮬레이션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껏 죽음을 어두움, 암흑, 침묵, 빈 공간에 무한히 머무르는 것 정도로 상상할 수 있을 뿐인데, 무란 이런 비유조차 허용하지 않는 상태, 즉 어둠, 암흑, 침묵, 빈 공간조차 없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인간이 무에 대해 시뮬레이션한 모든 것은 진짜 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라고 애써 떠올리며 상상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 일종의 유라는 것이다. 즉 죽음과 무에 대한 우리 의식의 시뮬레이션에는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제시 베링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제대로 사유할 수 없는 이유를 진화적 생존가치가 없다는 데서 찾고 있다. 진화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죽은 다음에는 살아있을 필요가 없으므로, 죽음에 대한 인식은 진화적으로 별 생존가치가 없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죽음을 시뮬레이션하는 의식을 진화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시뮬레이션 능력의 제약 속에서 우리 마음은 죽은 이후에도 다른 공간에서 영속한다는 어렴풋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이 내세 관념을 만들어 냈다는 것. 그리고 내세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지속되는 마음은 불멸하는 영혼의 관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론: 의식은 의식의 소멸을 의식할 수 없기 때문에 의식의 불멸을 믿을 수밖에 없다.
마음이론을 재밌게 다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