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생의 의미를 묻는가 2
언어의 의미는 언어의 사용에 있다는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의미론을 삶의 의미에 적용해 보자. 인생의 의미는 그것이 지칭하는
어떤 물리적, 형이상학적 대상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아마도 이것은 전기 비트겐슈타인 식의 지시론적 의미의 관점일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물음으로써 실제 삶에서 바뀌게 되는 어떤 것들의 총체(이것은 아마도 삶의 의미를 묻는 사람의 삶의 형태일 것이다)일 것이다.
이러한 화용론적 의미론에서는, '삶'의 의미 자체를 묻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의 의미를 묻는 일종의 맥락적 질문으로 범위가 확장되는 듯하다. 삶의 의미의 현실적 사용에 적합한 대답을 찾자면, 니체가 말했다는 '왜 사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다'는 답변이 언뜻 떠오른다. 이것이 개인적 수준에서 삶의 의미라는 질문이 가져다 주는 효용의 하나일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적 수준을 넘어 인류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 질문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무엇인가? 인류공동체 단위에서 가치의 다양성을
통합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개인별, 지역별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들, 예컨대 신과 행복과 돈과 성공과 쾌락과 이타주의와 자아실현과 허무주의 등등으로
나뉘어 경합하는 무정부적이고, 지방분권적인 인간 가치의 다양성이 의미라는 메타 범주 아래에서 체계적으로 재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가치들은 인류 공동체의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활동들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기제로 기능한다. 여기서 삶의 의미를 찾는 개인들은 각자가 추구하는의 가치에 맞는 활동에 종사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공동체의 재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분업적 활동들로 개인들이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삶의 의미는 공동체 단위의 가치의 재생산을 위해 각 개인이 떠맡을 가치 생산 분야를 찾아 가는 일종의 적성검사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