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법칙
자살과 인생의 의미
깊은생각
2012. 2. 22. 15:33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살을 했을 때, 오직 그때에만 죽은 이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있다. 좋은 예는 포르투갈 작가 페르난도 페소아의 반자전적인《불안의 책》(1916)이다. 작가는 자신의 분신격인 인물 베르나르도 소아레스의 입을 빌려 말한다. 회계원인 그는 중간급 직원인 자기가 평범한 사람임을 알면서도 은근히 지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페소아는 자기의 유아론적 세계관을 동요시킨 어떤 사건을 떠올린다.
어제 그 사람들이 담배가게 직원이 자살했다고 말했을 때 나는 믿을 수 없었어. 불쌍한 녀석. 그러니까 그 녀석도 존재했었더구나! 우리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그것을 잊었었다. 우리는 그에 대해 겨우, 그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만큼만 알았다. 내일이면 우리는 그를 더 쉽게 잊겠지. 허나 확실한 사실은 그가 자살할 정도로 충분히 영혼을 가졌었다는 사실이야. 정념? 근심? 당연히 가졌지. 그러나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그리고 나머지 인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어깨에 잘 맞지 않는 그 사람의 지저분한 모직 상의와 바보스러운 웃음에 대한 기억뿐이야. 이것이 자살할 만큼 깊은 느낌을 가진 누군가가 내게 남긴 전부야. 사실 이처럼 깊은 느낌이 아니라면 자살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종교본능> p. 32
보잘 것 없는 사람은 죽고나서야 겨우 인간 취급을 받는 경우가 있다. 왕따로 죽은 어떤 학생에 대해 왕따당할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쩌면 이러한 생각이 흐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자신의 마음만 존재한다는 유아론이 철학적으로 황당한 헛소리라고 믿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유아론의 신봉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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