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검찰들아 존엄하게 살아라

깊은생각 2012. 6. 15. 05:14

"인간은 티끌을 핥는다. 쾌락이라는 티끌을."

파스칼의 명언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에 필적할 만한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아닌가. 검찰의 내곡동 수사 결과를 보고 딱 떠오른 말이다. 티끌을 핥아먹고 사는 존재. 권력에 올라서도 티끌을 핥아먹는 대통령 일가와 그 권력의 개가 되어 뼈다구를 핥아먹는 존재. 인간의 존엄을 찾아보기 힘든 티끌의 티끌 같은 존재들...

권력의 똥개로서의 검찰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90년대초 국민적 요구였던 전두환 노태우 처벌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당시 대통령이던 김영삼의 과거사 청산 발언 한마디에 이제 대통령의 말씀으로 실패한 쿠데타가 되었으니 처벌 가능하다고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을 때 가장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줬다.

인터넷을 보면 검찰 개개인의 이름을 거명하며 욕한다. 개인을 욕하는 건 좋다. 뭐가. 기분이. 아마 검찰도 이러한 비판에 약간의 압박이나마 받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의 압박이 더 무섭고 권력의 압박이 여론의 압박보다 더 무섭기 때문에, 아니 그보다는 돈과 출세의 유혹이 더 달콤하기 때문에 당연히 깔아뭉갤 것이다. 요즘은 아예 "국민들아 짖어라, 우리는 오직 돈과 출세만 보고 간다"는 태도가 확연하다. 따라서 개인을 욕한다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개인을 욕하고 칭찬하는 것은 검찰 개개인이 조직의 압박과 권력의 눈치로부터 자유로운 영웅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이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이다. 불가능하다. 원자의 속성은 변하지 않듯, 인간의 속성도 변하지 않는다. 인간은 결국 티끌을 핥는 존재다.

김어준이 <<닥치고 정치>>에서 말했듯, 검찰 개개인은 돈과 출세에 목마른 평범하고 이기적인 직장인들일 뿐이다. 영웅도 아니고, 악당도 아니다. 티끌을 핥아먹는 범속한 개인일 뿐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범속성이다. 누구라도 그 자리에 가면 99.9%의 확률로 티끌을 핥는 버러지의 본성을 따르게 된다. 따라서 결론은 무조건 제도다. 개개인이 도덕적 영웅이 못된다고 꾸짖어서 될 일이 아니다. 검찰이 평범하고 이기적인 개인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범속인들이 국민배반적인 나쁜 짓을 못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검찰의 기소독점을 폐지하고, 공수처에서 검찰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게 하면 내곡동 비리 은폐나 불법사찰 꼬리자르기 같은 한심한 짓은 하라고 해도 못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민에게 지록위마를 강요하는 검찰의 모습을 매번 보면서 인간이 티끌을 핥는 하찮은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일도 참기 힘든 고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