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카뮈 개정판

죽음 이후와 탄생 이전

깊은생각 2013. 11. 26. 21:53

흔히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비합리성을 논박하기 위해 죽음 이후와 탄생 이전의 상황을 비교한다. 죽음 이후의 자기부재는 탄생 이전의 자기 부재와 동일한 상태인데, 사람들은 전자를 두려워하는 반면 후자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모순적 현상을 지적하면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의 비합리성을 주장하는 논리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과연 그럴까?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가 등가일까? 어떤 비대칭성이 있는 게 아닐까?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진화적 생존가치에 있다. 우리가 탄생 이전을 두려워하는 것은 한마디로 진화적으로 생존가치가 없다. 탄생 이전에 대한 염려는 아무리 해봤자 우리의 생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죽음 이후를 두려워하는 것은 진화적으로 생존 가치가 있다. 죽음 이후를 두려워해야 죽음을 회피하게 됨으로써 생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긴장해서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생 이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죽음 이후를 두려워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으며 매우 합리적인 무의식적 판단이 깔려 있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