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카뮈 개정판

행복이 인생의 의미가 될 수 없는 이유

깊은생각 2014. 6. 27. 09:54

어떤 것이 인생의 의미가 되려면 그것의 가치는 적어도 인생과 같거나 그보다 커야 한다. 가치가 더 작은 것이 가치가 더 큰 것의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이것을 인생의 목적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도 마찬가지다. 목적은 수단보다 크거나 높은 어떤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1억 원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넌센스다.


행복은 인생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지속되는 긍정적 심리 상태이다. 인생이 그릇이라면 행복은 그릇에 담긴 몇 알갱이의 밥알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그릇에는 몇 톨의 밥알갱이보다는 더 많은 것이 있다. 따라서 행복은 인생의 목적도, 의미도 될 수 없다. 


* 여기서 표현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더 작은 것을 얻기 위해 더 큰 것을 투입하는 행위는 어리석은 일이지만, 이 세계는 그것을 원천적으로 막지는 않는다. 몇 번의 실수는 용납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그렇게 지속할 수 없을 뿐이다. 즉, 자연은 몇 차례의 부등가 교환을 막지는 않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못하도록 막고 있다. 부등가 교환이 지속되면 작은 가치를 얻기 위해 큰 가치를 지속적으로 투입한 쪽이 먼저 망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이 전반적으로 지속되면 시스템 전체가, 그리하여 세계 자체가 망하기 때문이다.


이를 삶의 의미에 다시 적용하면, 더 작은 가치가 더 큰 가치의 의미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경우는 넌센스가 되거나 혹은 황당한 일로 여겨질 뿐이다. "내 인생의 의미는 나의 간이다" 혹은 "내 삶의 목적은 코딱지 모으기다"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그저 어색하거나, 어리석거나,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삶의 목적이 이렇게 하찮거나 엉뚱하다면 인류는 머지 않아 멸망하겠지만, 일부 사람들의 그러한 가치판단까지도 막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가치판단을 한 사람들의 삶은 몰락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몇 번의 실수는 허용하지만 논리적 모순을 단 한번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순이 단 한번만 허용되어도 전세계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 다시 행복으로 돌아오면, 행복은 인생의 목적일 수 있지만, 인생의 목적이 행복인 삶은 어리석은 삶이며, 오히려 불행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