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우주라는 먼지와 먼지 속의 우주

깊은생각 2012. 11. 29. 20:45

이 세계 전체가 갑자기 동일한 비율로 10배가 커졌다고 할 때, 이 세계 내부에서 이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이 세계의 바깥에 있어야 한다. 이 세계가 갑자기 동일한 비율로 1천배가 축소되었다고 할 때에도, 세계의 내부에서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으며, 여전히 동일한 세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사고실험을 좀더 극한으로 끌고가서, 이 세계를 130억 광년배로 축소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세계의 내부에서는 이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다. 만일 이 세계 옆에 평행우주가 있어서 이 세계를 지켜볼 수 있다면(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겠자만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치고) 이 세계는 갑자기 티끌 만큼 작아진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러한 추론을 현실에 적용해보면 이런 상상이 가능하다. 내 눈앞에 떠다니는 티끌은 어쩌면 그 속에 수천억개의 은하단으로 이루어진, 지적인 생명체를 품고 있는, 그 내부의 지적생명체에게는 130억 광년의 크기라고 측정되는, 하나의 완벽한 우주일 수 있다. 거꾸로 130억 광년의 크기로 측정되는 우리 우주 전체는 사실은 더 큰 우주 속의 어느 별 위의 어떤 아이의 공부방을 떠도는 작은 티끌 하나일 수 있다.

물론 우리 우주가 다른 우주 속의 티끌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부터, 우리 우주가 하찮다, 사소하다, 허무하다는 등의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우리 우주를 빠져나갈 수 없는 한, 이 우주는 여전히 130억 광년의 거대우주일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