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비판 및 가치판단 과잉

깊은생각 2012. 11. 29. 21:24

빗자루를 비판하라. 이 말은 분명 어색하다. 반면 자본주의를 비판하라는 말은 어색하지 않다. 비트겐슈타인은 '시간', '본질'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을 빗자루와 같은 도구로 보면 개념적 도구를 관념적 실재로 오인하는 신비주의적 오류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구로서의 개념을 실체적 존재로 착각하는 것과 비슷한 오류가 도구로서의 제도를 바라볼 때 발생한다. 제도를 도구로 보지 않고 인간화된 대상으로 바라봄으로써 불필요하게 가치판단의 대상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빗자루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과 개선의 대상이다. (청소기는 빗자루를 '비판'하고 나온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역시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개선의 대상일 수 있다. 자본주의(또는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목적론적 세계관의 정치경제학적 과잉 적용이며, 가치판단의 과잉 적용이다. 지진이 나서 사람이 죽으면 인격적 신을 원망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가 도사려 있다. 원인을 찾아야 할 곳에서 의도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