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사물과 사건

깊은생각 2013. 6. 7. 10:49

세계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라 사실들의 총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에 대해:

사물과 사건은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는 상이한 틀이지, 세계 자체가 사물과 사건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사물로 생각하는 대상을 미시세계의 관점에서는 사건으로 인식할 수 있고, 우리가 사건으로 생각하는 것을 거시세계의 관점에서는 사물로 인식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가 실이라는 사물로 지칭하는 것은 분자적 수준에서는 분자들의 모임이라는 사건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별의 회전이라는 '사건'으로 인식하는 것을 타임랩스 관점에서 보면 '선'이라는 사물화된 대상으로 나타난다.사물이란 한정된 시공간에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고체화된 사건이다.

 


"사회는 없다, 개인들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 대처는 대표적인 '사물주의자'다. 하지만 박테리아 가운데 사물주의적 박테리아가 있다면 대처의 '개인'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개인이란 없다. 박테리아들만 있을 뿐이다." 인간이란 50조개의 박테리아들이 결합한 사건이다.

 

따라서 세계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라 사실들의 총체라고 하는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은 통념을 깨는 변증법적 부정의 차원에서는 유의미한 주장이지만, 총체성의 관점에서는 부정의 부정이라는 단계를 남겨놓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불완전한 관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