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어설픈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300만부(?)를 팔았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후로 20여년이 지났는데도 김진명의 글쓰기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이러기도 쉽지 않을텐데...계몽소설에나 나올 법한 평면적인 캐릭터하며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화 처리까지 딱 김진명표 소설이다. 원래 이런 류의 소설은 작품성을 포기하고 보는 게 맞지만 그래도 C- 밑으로는 내려가지 말아야 하는 게 독자에 대한 예의다. 김진명에 비하면 쌍팔년도 김성종 소설은 작가주의적으로 여겨질 정도다. 박정희 비자금을 전두환이 먹었다는 설정과 삼성의 반도체와 핵무기를 결합하는 착상 정도만 그럭저럭 봐줄만 하고 나머지 스토리 전개는 지루하고 황당하다. 환단고기스러운 한민족 국수주의는 예전부터 낌새가 있었던 듯한데, 이제는 이건희한테도 어울리지 않는 민족주의자 감투를 씌워주려 한다. 게다가 유체 이탈이라는 심령주의까지 등장한다!!! 20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김진명이 여전히 팔리는 걸 보면 이쪽 시장에 기본 독자층이 있다는 얘긴데, 김진명보다 한끗발만 더 뛰어난 신인 소설가가 나온다면 김진명이 독탕에서 때밀기하고 있는 이 시장을 손쉽게 평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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