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적'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6.05 행복은 인생의 목적일까 2 1
  2. 2012.05.29 행복은 인생의 목적인가 1
  3. 2012.02.19 인생의 의미에 대한 몇 가지 오해 2

2. 목적과 결과 논증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추구한 결과로서 나타나는 부산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야 자연스럽다. 안 그러면 객관적 가치가 없는 주관적 관념론으로서의 행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배 고픈 사람이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행복을 느낀다. 이 때 이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 것일까, 밥을 추구한 것일까?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은 행복이라기 보다는 밥이다. 최소한 1차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밥이 분명하다. 따라서 행복하기 위하여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밥을 먹은 결과로 행복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즉 행복을 추구한 결과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은 결과로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행복은 상위의 목적이 아니라 성취의 결과로서 수반되는 어떤 것일 수 있다. 행복이 목적이 아니라 어떠한 성취의 결과로서 행복이 수반된다는 것은 심리학자 빅터 프랑클도 지적한 바 있다. 프랑클에 따르면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

행복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라면 다른 것들을 모두 수단으로 삼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비합리적이며 심지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행복이 최고의 목적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행복해야 하며 불행은 최대한 피해야 할 어떤 것이 된다. 그런데 이 경우 내용없는 행복이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행복 알약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자.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 알약을 먹으면 일정 시간 동안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우리는 엄청난 슬픔 속에서 불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행복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라면,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느껴서는 곤란하다. 빨리 행복 알약을 하나 먹어서 슬픔을 떨쳐버리고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 그러면 부모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슬퍼하지 않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궁극적 목적으로서의 행복을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룰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부모가 죽었는데 행복하다니, 뭔가 내용과 형식 사이의 불일치가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원인과 결과 사이의 어긋남이 발생한 것 같지 않은가?

어떠한 사건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예컨대 내 아이가 교통사고가 나서 불구자가 되든, 내 사업이 망하든, 사랑하는 애인과 헤어지든, 나라가 망하든, 지구가 멸망하든 사건의 내용과 무관하게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행복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도구만 갖추게 된다면, 우리는 이러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합리적인 일일까. 이것이 과연 우리가 바라는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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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깊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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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음에 대한 철학적 논증이 꽤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주장이 마치 자명한 공리처럼 통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를 보니, "우리가 다 행복하려고 이 지랄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마치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다는 투로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 아니다! 겉보기와는 달리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주장은 별 근거가 없다. 이 세계가 웃긴 것이, 보겠다는 사람에게는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속성이 있어서 '어, 어'하는 사이에 쉽게 속아넘어 가게 된다.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몇 가지 논증을 시도해보자.

1. 목적과 수단, 전체와 부분 논증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하자. 목적은 수단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인생은 행복의 수단이 된다.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주장은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익히 들어온 말이라서 별로 이상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이 행복의 수단이라는 주장은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인생이란 우리 삶의 전체인데 반해, 행복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 느끼는,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긍정적 감정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긍정적 감정에는 행복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앤드루 커노한이 <<종교의 바깥에서 의미를 찾다>>에서 말한 것처럼, 

행복은 수많은 강렬한 정서 중 하나에 불과하다. 행복은 감사, 즐거움, 유쾌함보다는 더 강렬한 반면 의기양양, 기쁨, 환희, 희열, 지복, 황홀, 도취보다는 약한 정서다. 행복이 하나의 정서에 불과하다면 이런 정서를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인생의 올바를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유사한 정서 중 환희나 희열 같은 더 강렬한 정서를 추구하면 안 된단 말인가?

앤드루 커노한, <<종교의 바깥에서 의미를 찾다>>, p. 260

즉 행복은 인생의 여러 체험 가운데 하나인 정서 체험이며, 정서 체험 가운데 하나인 긍정적 정서체험이며, 긍정적 정서체험 가운데 상대적으로 온건한 하나의 체험일 뿐이다. 인생이 전체라면, 행복은 부분이다. 아니 부분의 부분의 부분이다. 따라서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주장은 부분이 전체의 목적이라는 말과 같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목적은 이명박이다"라든가 "내 인생의 목적은 나의 간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류다.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추구했을 때 나타날 결과는, 지난 4년간 마치 이명박 일당이 대한민국 전체의 목적인 것처럼 정치했을 때 나타난 결과와 유사할 수 있다.



종교의 바깥에서 의미를 찾다

저자
앤드루 커노한 지음
출판사
필로소픽 | 2011-11-1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무엇이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가!나와 세계 그리고 삶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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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목적과 결과 논증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추구한 결과로서 나타나는 부산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야 자연스럽다. 안 그러면 객관적 가치가 없는 주관적 관념론으로서의 행복으로 전락한다.(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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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생의 의미는 인생의 목적과 같은 말이다?
=>보통 인생의 목적과 인생의 의미를 같은 뜻으로 쓴다. 얼핏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약간의 다름이 있다. 이 약간의 다름이 커다란 차이로 귀결될 수 있다.

목적이라는 개념에는 엄밀하게 말해서 가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생의 목적을 묻고 행복이라고 답했을 때에는 암묵적으로 가치 개념이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목적이라는 말 자체는 가치 요소를 빼고 쓴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내 인생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이 별로 윤리적이거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전혀 이상한 얘기는 아니다. 가치없는 것을 목적으로 추구한다고 해서 모순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좀 더 어처구니 없는 사례로 어떤 사람이 인생의 목적을 바닷가의 모래알의 수를 정확히 세는 것으로 삼았다고 해서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닷가 모래알의 수를 정확히 세는 것에 인생을 바치는 것이 의미있는 삶이라고 보는 것은 어색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의미있는 삶이라고 할 때는 가치 개념이 어느 정도는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인생의 목적을 유태인을 멸종시키는 것으로 삼았다고 할 때, 그런 삶에는 목적은 있지만 의미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줄리언 바지니는 의미에서 윤리를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윤리는 몰라도 가치는 빼서는 안 될 것 같다.)

아무런 목적 없는 바위 굴리기 노동을 영원히 수행해야 하는 시지프스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볼 때, 목적 없는 삶은 무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단지 목적이 주어진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유의미한 삶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가치 있는 목적이어야만 삶에 의미를 줄 수 있다. 의미는 목적을 포함하지만, 목적은 의미를 포함하지 못한다. 의미는 목적에 가치를 추가해야 한다. 게다가 +α가 있다. '의미=목적+가치+α'이다.

종교의바깥에서의미를찾다무신론자를위한인생안내서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앤드루 커노한 (필로소픽,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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