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의 <<심야치유식당>>에 보니 이런 글이 있다.
어려운 질문,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질문 하나. 왜 살지?
백 명에게 물어보면 백 명 모두 다른 답을 말할 것이다. 비슷한 듯이 보여도 짧은 시간 마음 속에서 일어난 갖가지 상념들을 감안하면 겉으로 얘기하는 답은 뻔한 모범답안, 혹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답일뿐, 실제로 지금 각자 마음속의 살아가는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다. 아니, 더 깊이 들어가보면 '잘 모르겠어'라는 말을 차마하지 못한 것 뿐일지도 모른다.
왜 사는가를 묻는 질문에 왜 잘 모른다는 답이 나오게 될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는 살아가는 주체와 대답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대답하는 주체는 '의식'이다. 그런데 살아가는 주체는 '의식'만이 아니다. 무의식도 있고, 욕망도 있고, 몸뚱어리도 있다. 의식이 나를 전부 대표하지 못한다. 왜 사는가의 질문에 의식은 의식으로서의 아는 한도 내에서 답을 할 수 있겠지만, 아직 무의식에게 물어보지 않았고, 욕망에게도 물어보지 않았고, 몸뚱어리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다. 의식이 아직 유관부서 전체로부터 자료 취합을 못한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답을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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