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인생의 의미를 검색할 때 가끔 등장하는 고갱의 그림이다. 그림 제목이 '나는 어디서 와서..'가 아니라 '우리는 어디서 와서..'인 것에 주목하자.
우리가 어떤 배에 타고 있고, 그 배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면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 배가 어디로 가느냐이지 내가 어디로 가느냐가 아닐 수 있다. 내가 어디로 가든 그것은 배 안일 것이고, 배가 가는 곳이 진정 내가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의미는 외부의 더 큰 가치와의 연결 속에서 결정된다. 이 때 '나의' 인생의 의미는 배 안에서의 포지션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세계 속에서 나의 위치는 1차적으로 배 안에서의 나의 포지션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의 배의 포지션에서 근원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배 안에서의 나의 포지션은 2차 변수이다. 따라서 인생의 의미를 물을 때는 내 인생의 의미 뿐만 아니라, 우리 즉 인류 전체의 삶의 의미까지 물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의미를 물을 때 우리는 인류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 속에서의 나의 위치에 대해서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아니 사실은 삶의 의미를 물을 때 우리는 이 두 개의 질문이 중첩돼 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질문 자체가 복잡하고 알쏭달쏭해서 풀기 힘든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인류 속에서 나의 포지션은 형이상학적 질문이 아니라 현실적인 질문이다. 우주 속에서 인류의 포지션이 형이상학적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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