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카뮈>>에서 허무주의에 대해 반박했지만, 정확히 하자면 허무주의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지양'했어야 한다. 다른 말로는 포월이다. 내부에 이질적인 것을 품으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허무주의는 삶의 의미의 반대가 아니라 부분이다. 삶의 의미는 허무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품고서 넘어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무주의의 오류는 무엇인가. 그것은 부분집합을 전체집합으로 착각했다는 점이다. 허무는 전체집합이 아니라 부분집합이다. 삶의 의미는 부분집합으로서의 허무주의를 용인한다. 반면 허무주의는 삶의 의미를 포함하지 못한다. 허무주의가 틀리고 삶의 의미가 옳은 게 아니라, 허무주의는 작은 그릇이고, 삶의 의미는 큰 그릇이다. 작은 그릇은 큰 그릇을 담지 못하지만, 큰 그릇은 작은 그릇을 담는다.

Posted by 깊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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