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고>>에서 전개된 인생의 의미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단평들을 보면,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부분과 젊은이의 치기어린 얄팍함이 병존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비트겐슈타인은 과학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인생의 문제는 건드려지지 않은 채 남아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서는 자신은 철학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고는 철학계를 떠난다. 하지만 <<논고>> 이후 자살 직전까지 갔던 그의 삶의 방황을 볼 때, 철학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하더라도 인생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좀더 확장해보면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고 해서 삶이 자동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도 추론해볼 수 있다.


과학적 지식, 철학적 통찰, 삶의 의미의 깨달음 같이 인식적인 것들이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다음 동영상을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저 사람은 자기가 보는 게 실재가 아니라 가상임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그의 뇌와 몸은 마치 그것이 실재인 양 반응하고 있다. 명상에서 말하는, 세상이 환영임을 깨달으라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별 영양가가 없는 주장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인지심리적 치료법도 마찬가지의 한계를 보여줄 것이다. 그들은 저렇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인지'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 사람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의식의 한켠에서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저 증상을 '치료'하는 법은, 저렇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의식적으로 부정하는 것보다는 저렇게 보이는 것 자체를 생물학적으로 손봐야 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가상현실이 현실처럼 보이지 않도록 개조된다면, 즉 현실이 '진짜' 환영으로 보이도록 개조된다면, 우리는 현실 속의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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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깊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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