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몽크가 쓴 <<비트겐슈타인 평전>>의 부제 'The Duty of Genius'는 '천재의 의무'가 아니라 '천재라는 의무'로 번역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천재의 의무라 하면 비트겐슈타인은 천재인데, 천재이므로 세상에 대해 어떤 의무를 가진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 그런데 책 내용을 보면 그런 뜻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마땅히 천재가 되기를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살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오토 바이닝거가 사용한 과격한 의미이다. 즉 비트겐슈타인이 천재로서 어떠한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가 천재라는 의무 혹은 천재가 되어야 한다는 바이닝거식 인생의 의무를 전생에 걸쳐서 고통스럽게 수행해갔다는 것이 저자 레이 몽크가 보는 비트겐슈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의 핵심이다.
'책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대식 교수의 '삶은 의미 있어야 하는가?'라는 주장에 대해 1 (0) | 2013.04.05 |
---|---|
깊이에의 강요, 의미에의 강요 (0) | 2013.02.19 |
이성의 예술가로서의 철학자 (0) | 2012.12.02 |
누가 이순신을 쏘았는가 (0) | 2012.07.24 |
장강명의 <<표백>>을 읽고 (1) | 2012.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