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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9 우주와 삶의 의미
로버트 노직이 말하는 의미의 기준, 즉 더 넓은 가치의 연결망을 향한 자기초월의 과정이라는 정의를 받아들일 때, 의미는 가치의 특수한 형태가 된다. 현재 상태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상태를 단순 유지하는 것은 가치의 단순재생산일뿐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가치의 확대재생산을 추구할 때에 한해서만 의미를 추구한다 할 수 있다.

도시에서의 성공을 추구하지 않고 시골로 내려가 가난한 행복이나 소농공동체를 추구하는 녹색평론 김종철 씨 등의 사상을 따른다면 궁극적으로는 인류 삶의 단순재생산만 가능하지 않을까? 경제성장을 전면 부정하는 이런 생산양식을 통해서는 단순재생산도 유지되지 않으며 축소재생산을 지향하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는 경제성장보다 더 중요한 '영적(?)' 성장 같은 대안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반론이 가능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의구심은 소농공동체를 이상향으로 추구하는 녹색당식 생산양식만으로는 몇 천년이 될지 몇 만년이 될지 몇 억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대두될 지구 멸망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류가 지구의 유한한 생존을 넘어 존속하기 위해선 상당 수준의 생산력 집중이 필요할 것인데, 녹색당식 소공동체 생산양식을 통해 인류가 태양계를 벗어날 정도의 생산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녹색당식 생산양식은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인류의 자멸을 막는 대안적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닐까. 폭주하는 인류문명의 브레이크 기능은 하겠지만, 녹색당식 생활양식이 주류가 된다면, 생명계 전체로 보아 태양계를 넘어서려는 기획의 부분적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인류가 아니더라도 생명체를 대표해서 누군가는 언젠가 태양계를 벗어날 것이다.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가 말한대로 그것은 폭발하는 지구 파편에 실려가는 박테리아가 될 수도 있고, 지구멸망 이전에 멸종한 인류를 대신하여 더 발달한 지적생명체로 진화한 미국너구리가 될지도 모른다. 박테리아 생물계가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 필연적으로 지적 생명체를 만들어낸다고 볼 때, 지적 생명체 가운데 일부는 필연적으로 의미를 추구한다고 볼 때, 결국 의미를 추구하는 생명체만이 지구의 멸망, 나아가 우주의 멸망을 넘어서려는 기획을 꾀할 것이다. 우주가 자기존속을 꾀하는 생명체를 나은 데 이어, 생명계가 의미 즉 자기초월을 추구하는 지적인 생명체를 낳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자기초월의 과정으로서의 의미 추구란 것이 궁극적으로는 불멸을 지향하며 무한으로 성장해 가는 생명계 전체의, 나아가 우주 자체의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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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과학 > 교양과학
지은이 존 배로 (해나무,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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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깊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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