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등 소위 진보 언론들이 8년 전 막말 방송 건으로 김용민 사퇴를 촉구하는 사설을 냈다. 나꼼수 지지자들은 이에 대해 조중동 프레임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진보 언론은 강용석이나 문대성을 까는 잣대로 김용민을 까고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먼저 '옳음'이라는 범주로 이 사태를 재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본다. 항상 사태는 총체적이므로, 어떤 하나의 단일한 범주를 기준으로 사태를 평가하는 것은 항상 부분을 전체화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범주가 도덕성이라 할지라도 사태 전체는 하나의 잣대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뜽금없이 김용민 사퇴촉구 성명을 발표한 녹색당 지도부는 안타깝게도 관견을 드러내보이고 만 것 같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도덕성 하나만 가치고 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도덕성이 한 차례의 말 가지고만 평가되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 전체 속에서 도덕성이 평가되며, 도덕성을 포함한 전체적인 자질과 역량과 노선 속에서 정치인을 평가해야 한다.
한겨레 등이 문제 삼는 것은 성적으로 노골적인 발언들이다. 강용석의 성추행 발언과 일대일로 비교하면 김용민의 발언이 더 폭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총체적이어야 한다. 강용석은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이미 원초적으로 자격 미달인 상황에서 여기에 성추행 발언을 추가한 것인즉 여론의 가중 처벌을 받은 것이다. 반면 김용민은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의 권력에 맞서 싸워온 업적이 있다. 이러한 공로 속에서 한 차례의 말 실수가 있었다. 그것도 미국이라는 강자의 아먄적 폭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 실수다. 말 실수 하나만을 따로 분리하여 그것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재단하는 것이므로 공정하지 않다. 인간의 총체적 본질이 한 차례 말 속에 다 담긴다고 보는 오류다.
그러면 김용민에 대한 한겨레 등 야권 언론의 사퇴 요구는 부당한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자신들의 롤플레잉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윤리 만능주의자들은 역사상 항상 있어왔다. 이들은 구체적 인간보다는 윤리적 원칙을 상위에 두는 근본주의자들로서 오로지 도덕성 하나만으로 세상을 재단한다. 하나의 기준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므로 그릇이 작다. 그릇이 작으므로 대중들의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 하지만 그 작은 그릇으로의 역할이 그들의 어쩔 수 없는 배역이고 그 배역에 충실할 뿐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내부의 모순을 아우르며 나아가는 김어준의 포지션이 가장 총체적이다. 나꼼수의 그릇이 투박하지만 가장 크다. 진보언론이 틀리고 나꼼수가 옳은 것이 아니라, 진보언론이 그릇이 작고 김어준의 그릇이 큰 것이다. 가치란 내부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부분으로 통합하여 총체적인 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어준이 대표하는 나꼼수 군단은 진보언론들의 반발을 돌파하고 이들을 내부의 이질적 요소로서, 한 부분으로 통합하면서 넘어서야 한다. 작은 그릇들을 내부에 담아가면서 더 큰 그릇이 되어 대오를 흐트리지 않고 전진할 때 가장 큰 가치를 얻게 된다. 김용민이 조중동에게 얻어터지는 것은 막말을 해서가 아니라, 전선의 가장 앞에선 병사로서 적들의 집중포화를 혼자서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고, 한겨례가 김용민을 까는 것은 김용민 옆에 있다가 유탄에 맞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지금 전선은 민주당대 새누리당이 아니라 나꼼수 대 이명박+박근혜+조중동+(진보언론)인 것 같다. 그리고 야당 지지자는 민주당의 깃발 아래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나꼼수의 더 큰 깃발 아래 모여 있는 듯하다. 이번 총선은 점점 김어준 세력 대 이명박근혜+조중동 연합군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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