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는 이유는 이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2등 콤플렉스다. LG가 삼성한테 덤비지 않는 것과 같다. 2등으로 살아도 충분히 먹고 살만하다. 1등이 되려면 과감한 투자 같은 모험을 해야 하는데, 실패하면 죽기 때문이다. 반면 2등은 죽지 않는다. 죽더라도 천천히 죽는다. 나도 왕년에는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깨달아야 한다. 민주당은 이길 생각이 없으며, 이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정말로 이기려면 자기를 절반 이상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면 이권을 다 빼앗기지만, 민주당은 지더라도 크게 빼앗길 게 없다. 호남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적게 먹고 적게 싸는 2등 상태에 이권 구조가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1등의 기회가 찾아와도 발로 차버리는 이유는 2등 상태의 이권구조가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내 생각에 한나라당을 망하게 하는 길은, 민주당을 찍어주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망하는 것이다. 그래야 한나라당이 망할 가능성이 그나마 생긴다. 지금 존재하는 것은 한나라당 따로, 민주당 따로가 아니라 "(한나라-민주)당"이라는 한지붕 두 정당이다. 이게 실체다. 두 놈들이 싸우는 척하면서 서로 좋아서 엉겨붙어 있는 형국이다. 마치 두 개의 박테리아가 하나의 다세포생물로 공생하듯이, 두 개의 정당이 일종의 공생정당으로, 하나의 실체로서 공존하고 있다. 겉으로만 싸우지 한 지붕 두 가족이 성벽을 쌓고 그 안에서 알콩거리면서 제3의 혁신 세력이 성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힘을 합쳐 막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을 깨는 것보다는 민주당을 깨는 게 쉽다. 2류니까. 그리고 민주당이 깨지면 자동적으로 한나라당도 깨진다. 공생관계니까. 이 공생관계를 깨는 데 안철수당이 필요했던 것인데, 안철수가 공생구도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앞에서 민주당이 지는 이유를 물었지만, 사실은 물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2등을 목표로 해서 2등을 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단 한 번도 진적이 없으며 항상 성공해온 셈이다. 항상 2등 전략을 성공해 왔으면서도 속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삼키며 겉으로만 선거에 져서 비통한 체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망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망하면, 자기들도 망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망하면 한나라당도 같이 망하는 구조와 비슷하게, 한나라당이 망하면 민주당도 함께 망하는 구조로 서로 연결되어 되어 있다. 국민들이 속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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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을 통해 확인되는 것은 대한민국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한 나라였다는 사실이다. 나라가 돌아가는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든지 이런 게 기초가 다 허물어진 상태에서 겉만 번지르르 했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그럴듯한 잔디밭인데 가까이 가서 보니 녹색 페인트로 칠해놓은 것이었다는 70년대의 가짜 잔디밭 에피소드를 연상시킨다. 문제는 전세계가 이를 알아채버렸다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이나 일본의 아베가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기뻐하고 있을까. 어쩌면 김정은으로서는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양한 교체기 신나라 때 3천 명의 잘 훈련된 유수의 결사대가 지휘계통이 엉망인 왕망의 42만 대군을 격퇴하고 신나라를 멸망시켰던 곤양대전(昆陽大戰)의 사례가 있다. 북한의 정예군이나 일본 자위대가 불시에 기습 공격을 해온다면 400명 해난 사고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머저리 박근혜가 이끄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막아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예전에 노무현 시절에 국방장관인지 뭐인지 하는 자가 우리 군의 전력이 북한 대비 열세라는 주장한 것을 보고 그저 국방예산을 더 따내려는 엄살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전혀 엄살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폭로한 것이었다.


극우가 득세한 일본의 아베 정권과 급부상하는 중국과 패권 야욕을 보이는 러시아를 보면 제2의 구한말이 임박한 것 같다. 세월호 사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허울좋은 껍데기로만 존재하는 것이지, 정신적으로는 이미 붕괴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이런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돈 있는 자들은 이미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놓고 언제든지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대한민국을 떠날 태세로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 또한 속으로는 "나, 대한민국 국민 안 할래" 이런 마음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지만 어쩔 수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지배계급에서 밑바닥 서민까지 대다수가, 어차피 망쪼가 든 나라지만 이용해 먹을 것 다 빼먹고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탈출하겠다는 무임승차자의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데, 나라가 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부자가 망하는 데 3년이 걸리고, 나라가 망하는 데 30년쯤 걸리니까 실제로 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결국 모든 나라는 언젠가는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은 이명박 이후로 확실히 망하는 코스로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 사회가 통합되려면 공권력이 공적 이익에 반하는 사익추구 행위를 어느 정도 통제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극악무도한 사익추구 집단이 지배 권력을 장악하고는 전혀 견제받지 않은 채로 공권력을 농단하고 있다. 이번에 해경의 비리에서 보듯 나라 구석구석까지 이권집단의 촉수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고, 88만원 세대에서 자영업 세대까지 국민대다수가 빈곤화되고 있는 이 나라에는 국민을 통합하는 구심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야당이라는 것들도 B급 기득권을 누리는 데 만족하고 있는 한가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20세기초 1차 대전 당시에 영국의 일반 시민들은 물론 화이트헤드 같이 의식있는 철학자들조차도 애국주의의 광풍에 빠져서 전쟁을 열렬히 환영하고 자원하여 참전하는 것을 보고 평화주의자였던 러셀이 통탄을 한 바 있다. 인류애적 관점에서야 통탄할 노릇인 게 맞고, 애국심이 지배계급의 계급 지배를 위한 이데올로기인 측면도 있지만, 어찌됐든 그 나라 국민들 사이에 구심력이 있었다는 점은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적대국인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도 비트겐슈타인 가문 같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최고 재벌조차 아들 삼형제가 전부 참전해서 하나는 사망하고, 다른 하나는 한 팔을 잃고, 막내는 포로가 될 정도로 기본적인 애국심이란 게 작동하고 있었다. 지금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할 때 한국의 지배계급 가운데 총 들고 나설 자가 누가 있겠는가. 국민이 미개하다고 한탄한 정몽준이 아들 녀석이 과연 전쟁터에 나가겠는가. 승마선수 씩이나 되어서 병역 면제 받은 삼성의 이재용이 예비군으로 자원하겠는가.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오히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살아남은 안산 지역 서민층의 자식들이나 의용군으로 끌려가 총알받이로 희생될 것이 뻔하다. 북한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외세의 침략 앞에서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곤양대전의 참패를 면할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외세의 침략이 없어도 오래 못 가서 자멸하거나 폭동이 일어날 판이다. 이런 나라는 일찌감치 망해주는 게 국민과 후손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수 있다. 조선 말기처럼 수백 년에 걸쳐서 망하면 민초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너무나 크다. 세월호 참사는 그 고통의 서막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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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아들래미가 울부짖고 물병 던지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미개한 국민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먼저 세월호 유가족들 전부가 울부짖고 물병을 던지지는 않았을 건 분명하고, 유족 가운데 몇 명이 울부짖고 물병을 던져야 그들을 싸잡아서 미개하다고 부를 수 있는지 같은 테크니컬한 문제는 따지지 않기로 하자. 실종 학생들의 부모들은 안산 지역 주민들인데, 안산하면 딱 떠오르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유가족들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의 분들은 아닐 것이고, 대체로 사회적으로 힘 없고 가난한 층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계층의 실종자 가족들이 팽목항에서 자식들의 생사안위가 걱정되어 배에 태워달라는 요청하는 것을 해경들이 거부하였고, 결국 사비를 들여 사고 해역에 갔다고 한다. 그런데 가족들의 승선을 거부한 해경이 구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국회의원은 배에 태워줬다 한다. 유족들이 울부짖고 물병 던지는 행동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 사회적 약자인 저들이 울부짖지 않고 점잖게 요구한다고 해서 일이 풀리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안산에 사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해경들은 이 가난하고 절박한 약자들의 요구를 귀담아 들을 생각을 애초부터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몽준이 아들래미가 그 배에 탔다고 해보자. 정몽준이라면 울부짖고 물병 던질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정몽준이가 평소 욱하는 성질이 있다 하니 다짜고짜 쌍욕을 하고 덤벼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정몽준이 정도라면 해수부장관이나 해경 청장에게 전화 한 통이면 다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 전화하기도 전에 해수부장관과 해경청장이 알아서 아랫것들에게 잘 챙겨달라고 압력성 전화를 때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몽준이 아들래미는 울부짖고 물병던지는 세월호 주민들이 미개하다며 그 이유를 그들의 미개성이라는 개인적 또는 계급적 품성에 귀인시켰지만, 사실은 상대방의 힘과 지위에 따라 응대가 달라지는 정부 관리들과 해경들의 처신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점잖게 요구하는 것을 공무원과 해경 나리들께서 들어줄 리가 없지 않은가. 유족들이 울부짖고 물병 던지는 정도가 아니라 짱돌 들고 횃불을 들어도 들어줄까 말까 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니 말이다.


따라서 누군가 울부짖는다면 그것은 울부짖는 것이 그 사람의 성품이어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동어반복적이고 하나마나한 설명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로 유의미한 판단은 그 사람이 울부짖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어떤 구조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방식의 거친 의사소통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예전에 조현오가 천안함 유족들이 돼지처럼 울부짖는다고 말했지만,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수용되는 사회라면 돼지처럼 울부짖지 않아도 될 수 있었을 것이며, 희생자들이 가난하게 억울하게 고생하며 살다가 죽었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저렇게 서럽게 몸부림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TV에 종종 보이는 미국 시민들처럼 조용히 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특히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것은 그들의 삶이 한이 많고 억울한 게 많았다는 사실의 결과이지, 객관적 상황과 무관한 품성 탓이 아니다. 물은 온도가 올라가면 끓는 것이고, 온도가 내려가면 어는 것이지, 물 자체가 애초부터 끓는 물과 어는 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게 힘들고 억울하고, 억울하게 죽어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나라에서 살기 때문에 사람들이 울부짖고 몸무림치고 물병을 던지는 것일 뿐이다. 정몽준이도 재벌 2세가 아니라 가난한 집안에서 억울하게 살았던 사람이라면 아들래미가 죽었을 때 미개하게 울부짖고 물병을 던지지 않았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이다. 이건희가 죽었는데, 이재용이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고 옷을 찢으며 대성통곡을 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그로테스크 하지 않은가. 누릴만큼 누리고 죽었는데 뭐가 억울하다고 그러고 앉아있겠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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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명박 정권 내내 받은 스트레스를 통쾌한 복수로 풀어보겠다는 의도로 만든 걸로 여겨짐. 물론 감독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 싫어서 아니라고 부인하겠지만....


아무 생각없이 무방비 상태로 보면 손에 땀날 정도로 긴장감에 휩싸이게 될 것인데, 그 이유는 스토리가 탄탄해서가 아니라 효과음이 짱짱해서 그런 것 같음. 하나씩 따지고 보면 허술한 곳이 꽤 눈에 뜨이는데, 초반에 이걸 눈치 채게 되면 약발이 급격히 떨어질 소지가 있음. 나로서는 마지막에 나타난 테러범의 캐릭터가 너무 약해 보이는 것이 영화의 힘을 빼는 느낌이고, 일부 만화 같은 설정이 눈에 띔. 예컨대 타방송사 앵커가 하정우에게 돈 받았냐고 추궁하는 장면. 감독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나중에 하정우가 극단적 상황에 몰리는 계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했을 법한데, 보는 입장에서는 흐름상 매우 생뚱맞았음. 옛날 도박 관련 일본 만화(카이지?)를 읽으며 받은 느낌이 떠오름. 즉 뭔가 영양가 없는 자잘한 꼼수들이 엄청 중요한 한 수인 것처럼 제시되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로 공감이 안가는 상황. 이 지점에서 잘 나가던 하정우 연기가 매우 어색하였음. 이 때부터 영화의 밀도가 흐트러지면서 어수선하게 흘러감.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로 '사과'를 꼽을 수 있는데,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요구는, 현실 정치권에서 많이 나오는 무의미한 정치적 제스처인 경우가 많아서 약간은 짜증을 유발함. 예를 들면 김한길 같은 이가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해 박근혜한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을 연상시킴. 죄를 지은 자는 사과보다는 처벌이 더 중요한데, 그까짓 사과는 받아서 뭐하게? 어차피 사과하지 않을 거라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온국민이 아는데, 그걸 왜 요구하고 앉아있는 것인지? 게다가 사과를 한다 해도, 테러 위협에 하는 사과라는 게 이명박이가 광우병 사태 때 보여주었듯 진심에서 하는 사과도 아닐 것이고, 노무현이 제주도 4.3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을 정권이 바뀌고 나면 다시 뒤집어버리는 것처럼 되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아무튼 테러리스트의 사과 요구 부분은 약간은 나이브한 설정으로 여겨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처리 방식이 구질구질하지 않아서 그나마 점수를 만회한 듯. 현실에서는 약자가 강자에게 사과하시오, 요구하다가 사과 안 하면 제발 사과 좀 해주세요, 하면서 구걸 모드로 바뀌다가 흐지부지 끝나는데, 영화에서는 사과하지 않으면 두 말 않고 다 아작을 내버린다는 설정이 통쾌하였음. 하지만 경찰청장 빼놓고는 사상자가 대부분 무고한 시민들이라 복수의 쾌감이 반감되는 효과. 차라리 신인 감독다운 패기로 대통령까지 다 작살을 내버렸으면(최소한 중상 정도로) 영화로나마 일종의 금기를 깨트리는 충격적 효과가 있었을 법한데 거기까지 가기는 부담스러웠는 듯.


  


더 테러 라이브 (2013)

The Terror Live 
8.6
감독
김병우
출연
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정보
스릴러 | 한국 | 98 분 | 2013-07-31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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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티끌을 핥는다. 쾌락이라는 티끌을."

파스칼의 명언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에 필적할 만한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아닌가. 검찰의 내곡동 수사 결과를 보고 딱 떠오른 말이다. 티끌을 핥아먹고 사는 존재. 권력에 올라서도 티끌을 핥아먹는 대통령 일가와 그 권력의 개가 되어 뼈다구를 핥아먹는 존재. 인간의 존엄을 찾아보기 힘든 티끌의 티끌 같은 존재들...

권력의 똥개로서의 검찰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90년대초 국민적 요구였던 전두환 노태우 처벌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당시 대통령이던 김영삼의 과거사 청산 발언 한마디에 이제 대통령의 말씀으로 실패한 쿠데타가 되었으니 처벌 가능하다고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을 때 가장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줬다.

인터넷을 보면 검찰 개개인의 이름을 거명하며 욕한다. 개인을 욕하는 건 좋다. 뭐가. 기분이. 아마 검찰도 이러한 비판에 약간의 압박이나마 받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의 압박이 더 무섭고 권력의 압박이 여론의 압박보다 더 무섭기 때문에, 아니 그보다는 돈과 출세의 유혹이 더 달콤하기 때문에 당연히 깔아뭉갤 것이다. 요즘은 아예 "국민들아 짖어라, 우리는 오직 돈과 출세만 보고 간다"는 태도가 확연하다. 따라서 개인을 욕한다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개인을 욕하고 칭찬하는 것은 검찰 개개인이 조직의 압박과 권력의 눈치로부터 자유로운 영웅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이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이다. 불가능하다. 원자의 속성은 변하지 않듯, 인간의 속성도 변하지 않는다. 인간은 결국 티끌을 핥는 존재다.

김어준이 <<닥치고 정치>>에서 말했듯, 검찰 개개인은 돈과 출세에 목마른 평범하고 이기적인 직장인들일 뿐이다. 영웅도 아니고, 악당도 아니다. 티끌을 핥아먹는 범속한 개인일 뿐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범속성이다. 누구라도 그 자리에 가면 99.9%의 확률로 티끌을 핥는 버러지의 본성을 따르게 된다. 따라서 결론은 무조건 제도다. 개개인이 도덕적 영웅이 못된다고 꾸짖어서 될 일이 아니다. 검찰이 평범하고 이기적인 개인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범속인들이 국민배반적인 나쁜 짓을 못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검찰의 기소독점을 폐지하고, 공수처에서 검찰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게 하면 내곡동 비리 은폐나 불법사찰 꼬리자르기 같은 한심한 짓은 하라고 해도 못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민에게 지록위마를 강요하는 검찰의 모습을 매번 보면서 인간이 티끌을 핥는 하찮은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일도 참기 힘든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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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최시중, 박영준 같은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굳이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릎쓰고 수십억 수백억씩 뒷돈을 받아야 할 이유가 무얼까? 누가 봐도 권력은 5년이면 바뀔 것이고 민주당이 잡든 박근혜가 잡든 이명박 계는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될 테고, 그 때는 분명히 검찰의 칼날 아래 목을 내놔야 할 신세가 될 것이 뻔한데 TV 앞에서 수의를 입고 수갑찬 모습을 보이는 개망신을 무릎쓰고 꼭 뒷돈을 챙겨야 이유가 있을까. 그래도 먹고 살 만한 돈쯤은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나 같이 돈과 권력의 근처에 가보지 못한 상식적 인간들이나 하는 생각일 뿐이고, 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다를 것이다.

첫째, 정치인들은 돈을 받으면서도 자기는 안 걸릴 것이라고 믿고 있을 수 있다. 마치 99%의 기업이 탈세를 하지만 국세청에 걸리는 기업은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마 내가 걸리랴 하는 마음에 대부분의 기업이 탈세는 하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99%가 뒷돈을 받아 챙기지만 걸리는 사람은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마 내가 걸리랴 하고 받아 챙길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소위 '스폰'을 받지 않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 하는 것이다.

둘째, 이 사람들은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애초에 윤리와 명예 같은 것에는 가치를 두지 않고, 오직 돈과 권력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권력이 있을 때 최대한 챙겨두면 감옥에서 몇 년 썩는 것을 보상하고도 남는 돈을 얻게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은 주진우가 <<주기자>>에서 쓴 얘기다.

셋째 진짜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은 다음 권력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은밀한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면에서는 오히려 검찰의 비호를 받으며 최저 형량의 죄목으로 기소받고 재판부의 작량감경으로 최저형의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설사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들어간다 해도 차기 정권과 딜을 하여 1년 정도도 안 돼 사면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1년 정도만 꾹 참으면 남은 여생을 떵떵거리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십억 수백억이 남는 것이다.

만일 애초에 명예나 도덕 따위는 안중에 없고 인생의 의미는 오직 돈일 뿐인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견적이 나올 경우 당연히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챙기는 것이 충분히 남는 장사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따라서 이상득, 최시중, 박영준 같은 사람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은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전혀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저들은 혼자가 아니다. 그까짓 것 국민들의 욕 먹는 게 뭐가 어때서? 수천억 수조원 해처먹은 이건희나 전두환도 고개 빳빳이 들고 떵떵거리고 사는데 말이다. 감방 갔다가 나와도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을 이유도 없다. 주변 친구들이 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놈들인데 두려울 게 무어란 말인가.

수치심이 없는 공직자들에겐 돈만 충분히 벌 수 있다면 감옥쯤이야 얼마든지 치를 수 있는 값싼 비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공직자 비리에 사형으로 엄단하고 있음에도 부패가 끊이지 않는데, 소위 권력형 비리에 가장 관대한 대한민국에서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사라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기자: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저자
주진우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2-03-29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정의는 죽었다!권력과 부패에 관한 기자 주진우의 심층적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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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등 소위 진보 언론들이 8년 전 막말 방송 건으로 김용민 사퇴를 촉구하는 사설을 냈다. 나꼼수 지지자들은 이에 대해 조중동 프레임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진보 언론은 강용석이나 문대성을 까는 잣대로 김용민을 까고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먼저 '옳음'이라는 범주로 이 사태를 재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본다. 항상 사태는 총체적이므로, 어떤 하나의 단일한 범주를 기준으로 사태를 평가하는 것은 항상 부분을 전체화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범주가 도덕성이라 할지라도 사태 전체는 하나의 잣대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뜽금없이 김용민 사퇴촉구 성명을 발표한 녹색당 지도부는 안타깝게도 관견을 드러내보이고 만 것 같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도덕성 하나만 가치고 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도덕성이 한 차례의 말 가지고만 평가되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 전체 속에서 도덕성이 평가되며, 도덕성을 포함한 전체적인 자질과 역량과 노선 속에서 정치인을 평가해야 한다.

한겨레 등이 문제 삼는 것은 성적으로 노골적인 발언들이다. 강용석의 성추행 발언과 일대일로 비교하면 김용민의 발언이 더 폭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총체적이어야 한다. 강용석은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이미 원초적으로 자격 미달인 상황에서 여기에 성추행 발언을 추가한 것인즉 여론의 가중 처벌을 받은 것이다. 반면 김용민은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의 권력에 맞서 싸워온 업적이 있다. 이러한 공로 속에서 한 차례의 말 실수가 있었다. 그것도 미국이라는 강자의 아먄적 폭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 실수다. 말 실수 하나만을 따로 분리하여 그것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재단하는 것이므로 공정하지 않다. 인간의 총체적 본질이 한 차례 말 속에 다 담긴다고 보는 오류다.

그러면 김용민에 대한 한겨레 등 야권 언론의 사퇴 요구는 부당한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자신들의 롤플레잉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윤리 만능주의자들은 역사상 항상 있어왔다. 이들은 구체적 인간보다는 윤리적 원칙을 상위에 두는 근본주의자들로서 오로지 도덕성 하나만으로 세상을 재단한다. 하나의 기준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므로 그릇이 작다. 그릇이 작으므로 대중들의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 하지만 그 작은 그릇으로의 역할이 그들의 어쩔 수 없는 배역이고 그 배역에 충실할 뿐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내부의 모순을 아우르며 나아가는 김어준의 포지션이 가장 총체적이다. 나꼼수의 그릇이 투박하지만 가장 크다. 진보언론이 틀리고 나꼼수가 옳은 것이 아니라, 진보언론이 그릇이 작고 김어준의 그릇이 큰 것이다. 가치란 내부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부분으로 통합하여 총체적인 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어준이 대표하는 나꼼수 군단은 진보언론들의 반발을 돌파하고 이들을 내부의 이질적 요소로서, 한 부분으로 통합하면서 넘어서야 한다. 작은 그릇들을 내부에 담아가면서 더 큰 그릇이 되어 대오를 흐트리지 않고 전진할 때 가장 큰 가치를 얻게 된다. 김용민이 조중동에게 얻어터지는 것은 막말을 해서가 아니라, 전선의 가장 앞에선 병사로서 적들의 집중포화를 혼자서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고, 한겨례가 김용민을 까는 것은 김용민 옆에 있다가 유탄에 맞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지금 전선은 민주당대 새누리당이 아니라 나꼼수 대 이명박+박근혜+조중동+(진보언론)인 것 같다. 그리고 야당 지지자는 민주당의 깃발 아래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나꼼수의 더 큰 깃발 아래 모여 있는 듯하다. 이번 총선은 점점 김어준 세력 대 이명박근혜+조중동 연합군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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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전체다

세상만사 2012. 4. 3. 00:58

탈레반. 원뜻은 학생이지만, 요즘은 이념적 과격파를 조롱할 때 붙이는 명칭이다.

이념적 과격파들은 부분을 전체화하는 순진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리석게도 자신이 말하는 바를 진심으로 믿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탈레반들이 꽤 있다.

소위 진보 언론에서 이런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에게 지면을 많이 할애해 주는 것같다.

며칠 전 프레시안을 보니 <<88만원 세대>> 공저자인 박권일이 이정희를 비판하면서 윤리를 절대화하는 논리를 폈다.

여기에 대해 역사학자 김기협 씨가 반론을 폈다. 나는 김기협의 손을 들어준다.

윤리는 내부의 시각에서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외부에서 대상화시켜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윤리는 결국 전체의 한 부분일 뿐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진보'가 윤리의 수호자가 되었나?

역사상 진보는 윤리의 파괴자였다. (윤리의 수호자는 보수이다.)

윤리를 전체화(=절대화)하는 자는 탈레반과 같다.

이들은 힘이 없을 때는 비분강개하는 지사로 머물지만 손에 힘이 쥐어지면 괴물이 되고 만다.

나꼼수를 비난하는 진중권은 논리를 가지고 절대화한다.

논리도 전체의 한 부분이다.

부분이 그 자체로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부분을 전체화할 때 틀리게 된다.

부분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만 존중받아야 한다.

진리는 전체다. 헤겔의 말이다.

진리가 전체라는 것이 아니라 전체만이 진리라는 뜻이다.

결국 진리도 전체의 한 부분이다.

윤리와 논리와 진리를 다 합쳐도 하나의 세계를 이루지 못한다.

세계는 윤리와 논리와 진리를 자신의 극히 작은 일부로 삼는 총체로서 굴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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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트위터에 쓴 글. 마치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쓴 오래된 상투어: 세계적 경영석학 톰 피터스는 “할리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팔지 않고,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고, 클럽메드는 휴가를 팔지 않고, 기네스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고 갈파했다.

이걸 가지고 갈파씩이나 했다는 건 좀 그렇다. 오토바이가 아니라 뽀다구, 커피가 아니라 분위기를 판다,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결론은 브랜드 이미지로 귀결된다. 결국 의식으로부터 독립된 객관적 실재를 부정하고, 지각된 것만 존재한다고 본 버클리 주교의 자본주의적 후예들이다. '존재는 지각된 것이다'를 '상품은 지각된 것이다'로 바꾸어 놓은데 불과하다. 고양이는 사라졌는데 웃음만 남았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상품을 빼고 이미지만 팔아보든지. 마케팅 초짜 시절에 이런 얘기에 혹했는데, 비즈니스 현장에 좀더 있어보면 실체는 상품이고 브랜드 이미지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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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가 트위터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복수를 위해 집권하자는 주장이 섬뜩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탁현민 교수도 트위터에서 복수 운운하는 멘트를 날렸다. 민주당에서 일하는 분의 얘기를 들어본 즉, 민주당을 장악한 친노계가  4월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잡은 다음 이명박이 퇴임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잡아죽일 생각에 피가 끓는단다. 나 또한 이명박을 처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것은 이명박이 노무현을 사실상 살해했기 때문에 복수 차원에서 그리했으면 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의 속성이 하늘 아래 두개의 태양이 없다는 식으로 정적을 탄압하는 생리가 있음을 볼 때 이명박이 노무현을 탄압한 행위에는 동물적 수준에서의 보편적 법칙이 작용하고 있었던 바, 필요 이상으로 오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이 자가 대통령으로서의 공권력을 사익 추구를 위해 악용을 하였고, 4대강 사업을 비롯해서 내곡동 공금횡령까지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현행범이기 때문에 (게다가 4월 총선 이후 더욱 드러날 것으로 강력 예상되는 BBK를 비롯한 각종 추가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적법 절차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이자와 그 졸개들이 지난 4년간 이 나라를 환관 조고의 지록위마의 수준으로, 거짓인 것을 사실이라고 말하라고 국민들을 강요하고 몰아간 것(예컨대 최시중이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 적이 없다, 4대강을 하면 수질이 개선된다, G20을 하면 경제 효과가 수백조다, 인천공항 민영화가 기업 선진화다, 천안함 사태가 북괴의 1번 어뢰 소행이다 등 초등학생도 속지 않을 헛소리들)을 생각하면,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니까, 전직 대통령을 처벌해서는 앞으로 진짜 중요한 제도 개혁을 위한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크니까 등의 이유로 범죄 행위를 눈감아 넘어가서는 이 나라 천년대계가 귀퉁이부터 무너져내릴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이자의 가장 큰 죄는 노무현을 죽인 일이 아니라, 21세기 대명천지를 사는 제 정신을 가진 국민들에게 비열한 파렴치범을 지도자로 모시고 살아간다는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느끼고 살도록 만든 일이다. 국민들한테 '나는 호구다'를 복창하게 하고 대놓고, 남편 앞에서 아내를 강간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극악무도한 성폭행범과 마찬가지로, 눈뜬 채로 무력하게 노무현이나 한명숙이나 미네르바나 정연주나 황지우나 노종면이나 정봉주나 기타 등등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히고 쫓아내고 짓밟고, 국가 재산을 개인 호주머니로 강탈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만들었다.

<2013년 이후>를 쓴 김대호 소장을 비롯해서 이명박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처벌)보다 대한민국 시스템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분들의 주장은 남의 돈 수조 원을 가로챈 횡령범 이건희가 처벌받으면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식의 재벌들의 대국민 협박 논리와 유사하다. 단기적으로 혼란을 감수하고라도 이명박을 처벌하지 않으면, 핵심 지지층의 분노 에너지를 뿔뿔히 흩어지게 만들고, 국민들로 하여금 역시 안 되는구나, 권력자와 재벌과 특권층은 절대로 처벌받지 않는구나 하는 패배주의에 빠지게 함으로써 이 나라는 불법지배계급의 특권이 공고화되는 국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의 글에서 읽었는데 새로운 국가가 건국된지 약 50년 정도가 되면 특권적 기득권 집단이 공고화되면서 나라가 경화되는 역사적 패턴이 나타다고 한다) 단기적 안정을 꾀하다 장기적 쇠망으로 갈 수 있다. 국가공권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악한 지도자가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는 시범케이스로 이명박이 처단되어야 한다.

이명박에 대한 처벌은 이자가 이 땅과 이 나라 국민들에 대해 저지른 불법 탈법 파렴치 범죄행위에 대한 적법한 단죄이지, 결코 홍준표 등을 비롯한 이명박의 수하들이 말하듯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사적인 복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어준도 농담 삼아 <닥치고 정치>에서 복수를 운운한 걸로 기억하는데, 언제부터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복수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말인지? 탁현민 교수 같은 친노(?) 소셜테이너들까지 이명박에 대한 공적인 처벌을 사적인 복수라는 프레임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다니...범죄 증거가 충분치 않은 정봉주에 대한 처벌은 복수라 부를 수 있어도, 이명박에 대한 단죄는 복수가 아니라 처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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