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나쁜 놈이라고 욕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이준석의 위치에 놓았을 때 이준석 이상의 행동을 취할 사람이 절반 이상이 될지는 의심스럽다. 타임지 기자가 대형 재난을 탐사하고 쓴 <<언씽커블>>을 보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형 화재가 났을 때 빌딩관리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사람 목숨이 아니라 본인의 해고라고 한다. 이준석 선장을 욕하는 건 시스템을 놔두고 개인을 까는 것인데, 인간이 대체로 짐승과 별로 차이가 없고, 이기적인 게 평균적인 거라는 걸 예전엔 미처 몰랐다가 새삼스럽게 재발견이라도 했단 말인가. 인간의 인간성을 믿지 말고, 인간이 저열하다는 걸 애초에 가정하고, 이러한 가정 위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게 현명한 처사다. 특히 한국의 경우엔 더 그러하다. 검찰이 권력의 개가 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정치 검사 개개인을 비난하면서 검사들의 윤리적 결단에 호소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불필요하다. 검사장 직선제를 하면 아무리 권력지향적인 검사라도 대통령을 바라보기보다 국민을 바라볼 것이다. 이런 게 인류의 발전이다. 인간 개개인이 의식개조를 해서 도덕적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도덕적으로 수준이 미달하는 개인이라도 비도덕적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사회 제도를 완비하는 게 제대로 된 솔루션이다. 의식을 바꾸라고 호소하는 자들은 미련하거나 사악하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전자의 비율이 높다.




언씽커블 -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

저자
아만다 리플리 지음
출판사
다른세상 | 2009-01-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반양장본 | 360쪽 | 223*152mm (A5신) | I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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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깊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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