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의미가 개인의 내면에 있다고 보는 것이 실존주의자들의 일반적 경향으로 보인다. 고립된 원자로서의 개인을 상정하고 그 개인의 고독한 내면으로부터 무언가를 끄집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는 실패한다.

사실 의미의 구조는 안과 밖을 연결하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의미 자체의 의미가 언어와 세계를 연결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라면 공동체와의 연결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국가라면 인류 공동체와의 연결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인류라면 생명 공동체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생명 자체의 의미는 우주와의 어떤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우주의 의미는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궁극적으로 존재의 의미는 무한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어떤 것이 자신을 넘어서는 더 큰 가치의 그물망 속에서 연결됨을 발견하고 깨달을 때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의미는 '존재론적 상승'을 향한 자기초월의 구조를 가진다.

무엇이 인생의 의미가 아닌지 논증하는 데 성공했던 줄리언 바지니도 인생의 의미 구조가 관계 속에 있음을 통찰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의미 추구는 철저하게 개인적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바지니가 말하는 취지는 이해한다. 더 큰 객관적 가치를 향한 자기 초월에 있어서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마다 다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객관적 가치를 향한 자기초월이라는 구조 자체는 모든 의미 추구에서 보편적 형식이다. 진선미를 추구하든 돈과 명예를 추구하든 마찬가지다. 따라서 의미추구가 개인적인 행위라는 주장은 별 의미를 담고 있지는 못한 셈이다.

인생의 의미에 대한 첫번째 오해를 벗어나자. 인생의 의미는 개인의 내면에서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바깥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안과 밖을 연결하는 것, 그것이 의미다.

빅퀘스천삶의의미라는커다란물음
카테고리 인문 > 철학
지은이 줄리언 바지니 (필로소픽,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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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깊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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