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을 30년 만에 다시 읽어보았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식의 아포리즘을 내세운 그저그런 교훈적 우화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엿보인다. 저자는 완전한 비행을 위해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갈매기 조나단의 분투를 통해 삶의 의미를 은유하고 있다. 리처드 바크의 생각은 내가 《굿바이 카뮈》에서 전개한 "더 넓은 가치의 연결망을 향한 자기초월의 과정"으로서의 인생의 의미 개념과 일치한다. 더구나 갈매기 조나단이 비행술을 연마하는 과정은, 바위 굴리기의 완전성에 도달하려는 시지프스의 자기완성 모델과 거의 똑같다. 게다가 조나단이 완전한 비행술을 얻은 다음 속세로 되돌아와 다른 갈매기들에게 그것을 전파하는 모습은, 라인홀트 메스너의 등반 노하우를 통해 삶의 의미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획득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고실험과도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약간 뉴에이지 삘이 나는 신비주의적 얼버무림이 거슬리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개정판이 나올 때 사례로 반영하면 좋을 듯하다.

-인상 깊은 구절:
"여쭙고 싶은데요, 지금의 삶 다음에는 대체 무엇이 나타나는 건가요? 그리고 저희들은 어디로 가는 건가요? 애초에 천국 같은 건 어디에도 없는 게 아닌가요?"
"네 말이 맞다, 조나단. 그런 곳은 없단다. 천국이란, 장소나 시간이 아니다. 천국은 완전한 경지를 말하는 것이지."
《갈매기의 꿈》, 북타임, p. 74

여기서 '천국'을 삶의 의미로 바꾸어도 된다. 삶의 의미는 존재의 완전한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그것은 객관적 가치와 주관적 만족의 확대재생산 속에서 얻어진다.

갈매기의꿈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리처드 바크 (현문미디어, 2003년)
상세보기


'짧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미있는 연결 고리  (0) 2012.03.01
신비한 것, 인생의 의미, 신의 존재  (0) 2012.02.24
인생의 의미는 어디 있는가?  (0) 2012.02.14
유전자 결정론의 오류  (0) 2012.02.04
가치관과 인생의 의미  (0) 2012.02.01
Posted by 깊은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