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최시중, 박영준 같은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굳이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릎쓰고 수십억 수백억씩 뒷돈을 받아야 할 이유가 무얼까? 누가 봐도 권력은 5년이면 바뀔 것이고 민주당이 잡든 박근혜가 잡든 이명박 계는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될 테고, 그 때는 분명히 검찰의 칼날 아래 목을 내놔야 할 신세가 될 것이 뻔한데 TV 앞에서 수의를 입고 수갑찬 모습을 보이는 개망신을 무릎쓰고 꼭 뒷돈을 챙겨야 이유가 있을까. 그래도 먹고 살 만한 돈쯤은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나 같이 돈과 권력의 근처에 가보지 못한 상식적 인간들이나 하는 생각일 뿐이고, 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다를 것이다.
첫째, 정치인들은 돈을 받으면서도 자기는 안 걸릴 것이라고 믿고 있을 수 있다. 마치 99%의 기업이 탈세를 하지만 국세청에 걸리는 기업은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마 내가 걸리랴 하는 마음에 대부분의 기업이
탈세는 하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99%가 뒷돈을 받아 챙기지만 걸리는 사람은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마 내가 걸리랴 하고
받아 챙길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소위 '스폰'을 받지 않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 하는 것이다.
둘째, 이 사람들은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애초에 윤리와 명예 같은 것에는 가치를 두지 않고, 오직 돈과 권력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권력이 있을 때 최대한 챙겨두면 감옥에서 몇 년 썩는 것을 보상하고도 남는 돈을 얻게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은 주진우가 <<주기자>>에서 쓴 얘기다.
셋째 진짜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은 다음 권력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은밀한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면에서는 오히려 검찰의 비호를 받으며 최저 형량의 죄목으로 기소받고 재판부의 작량감경으로 최저형의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설사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들어간다 해도 차기 정권과 딜을 하여 1년 정도도 안 돼 사면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1년 정도만 꾹 참으면 남은 여생을 떵떵거리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십억 수백억이 남는 것이다.
만일 애초에 명예나 도덕 따위는 안중에 없고 인생의 의미는 오직 돈일 뿐인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견적이 나올 경우 당연히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챙기는 것이 충분히 남는 장사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따라서 이상득, 최시중, 박영준 같은 사람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은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전혀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저들은 혼자가 아니다. 그까짓 것 국민들의 욕 먹는 게 뭐가 어때서? 수천억 수조원 해처먹은 이건희나 전두환도 고개 빳빳이 들고 떵떵거리고 사는데 말이다. 감방 갔다가 나와도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을 이유도 없다. 주변 친구들이 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놈들인데 두려울 게 무어란 말인가.
수치심이 없는 공직자들에겐 돈만 충분히 벌 수 있다면 감옥쯤이야 얼마든지 치를 수 있는 값싼 비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공직자 비리에 사형으로 엄단하고 있음에도 부패가 끊이지 않는데, 소위 권력형 비리에 가장 관대한 대한민국에서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사라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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